애니 제이콥슨의 2025년 저서 '24분: 핵전쟁으로 인류가 종말하기까지'는 총체적인 핵전쟁의 참혹한 현실을 세부적인 전개 방식으로 탐구한다. 이 책은 핵 억제의 한계를 비판하며, 실수의 위험과 김정은과 같은 한 나라 지도자들의 위협을 강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는 로널드 레이건의 군축을 향한 움직임 등 역사적 전환점을 짚으며, 세계적인 파괴를 예방하려는 노력에 대한 희망의 불씨를 제공한다.
제이콥슨의 소름 끼치는 시나리오를 통해 오늘날의 핵 위험과 우리를 구할 수 있는 선택에 어떻게 직면하게 되는지, 그 과정을 살펴본다.
애니 제이콥슨(Annie Jacobsen)은 2016년 퓰리처상 최종 후보에 오른 바 있는 저명한 탐사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이다. 저술 활동 외에도 그녀는 텔레비전 제작에 참여하며, 아마존 스튜디오의 『톰 클랜시의 잭 라이언』, CBS의 『클라리스』 같은 호평받은 시리즈를 제작해 왔다.
제이콥슨의 저서 『24분: 핵전쟁으로 인류가 종말하기까지(Nuclear War: A Scenario)』는 핵전쟁이 벌어지는 전개 과정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이 책은 첫 발사부터 충격에 이르기까지의 72분을 중심으로, 이후 수세기에 걸친 인류의 암울한 종말 여정을 드라마틱한 구조로 풀어낸다.
그녀는 COVID-19 팬데믹 시기에 1918년 스페인 독감을 조사하던 중 『24분』 집필을 구상하게 되었다. 두 재난 모두 다시 일어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여겨졌다는 공통점이 그녀로 하여금 현대 사회에서 인간이 초래할 수 있는 파괴 가능성에 대해 탐구하게 만들었다.
한때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받던 핵전쟁은 다시금 전 세계적인 우려로 떠오르고 있다. 냉전이 끝난 지 수십 년이 지났지만, 오늘날 세계 지도자들은 연쇄적 재앙을 일으킬 수 있는 무기 사용을 공공연히 언급하고 있으며, 이는 2023년 크리스토퍼 놀런의 영화 『오펜하이머』에서 제기된 공포를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24분』은 핵 파괴의 가능성이 "만약(if)"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when)"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암울한 전망 속에서도 제이콥슨은 책을 쓴 이유가 바로 이러한 비극적 미래를 막기 위한 논의의 장을 열기 위함이라고 강조한다.
‘상호확증파괴(Mutually Assured Destruction)’ 개념은 핵무기가 세계 대전을 억제하는 역할을 해왔다는 논쟁적인 믿음을 기반으로 한다. 상호 파괴를 보장함으로써, 이 무기의 존재 자체가 세계적 충돌을 억제하는 수단이 되어 왔다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이후 수십 년간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들이 실제로 전장에서 이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간의 자멸 본능에 대한 억제력으로 해석한다. 이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극단적 사용을 자제해 온 신중한 사고방식을 반영한다.
작가는 이러한 전통적인 핵 억제론에 의문을 제기한다. 비록 세계 대전 방지에 일정 부분 기여했음을 인정하지만, 이 개념은 미국과 소련 두 초강대국만이 핵을 보유하던 냉전 시기에 형성된 것이므로, 현재의 복잡한 국제정세에는 새로운 사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현재 전 세계에는 9개국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만약 이란까지 핵을 개발하게 되면 그 수는 10개국으로 늘어나게 된다. 제이콥슨은 과거의 자제가 미래의 안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며, 위협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경고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도널드 트럼프와 김정은 간의 말폭탄,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 속에서 푸틴 대통령의 핵 위협에 이르기까지, 전문가들은 오늘날이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보다도 인류 종말에 가까운 상황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제이콥슨은 “우리는 단 하나의 오산, 단 하나의 오해만으로 핵 멸망에 이를 수 있다”고 유엔 사무총장의 발언을 인용하며 경고한다.
핵전쟁에서의 오판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1983년, 소련의 중령 스타니슬라프 페트로프는 미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 5기를 발사했다는 잘못된 경보를 받았다.
소련의 중령 페트로프는 당장 미국의 공격이 다가오고 있다는 신호를 상부에 보고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명령을 무시하고 먼저 경보를 재확인하기로 했고, 이는 결국 오경보로 밝혀져 핵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핵 보유국들은 단일 신호나 개인의 판단만으로 발사가 이뤄지지 않도록 여러 겹의 중복 체계를 마련해두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정교한 시스템이라 해도 완전무결하지는 않다. 경보가 실제 공격인지, 단순한 오작동인지 판단하기란 여전히 어려우며, 이로 인해 재앙적 오판이 발생할 여지는 존재한다.
"선제경고 발사(Launch on Warning)" 정책은 조기경보 시스템이 적의 핵공격을 탐지하는 즉시 미국이 보복 공격을 개시하도록 규정한다. 이 방식은 핵공격을 맞고 나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위협이 탐지된 순간 곧바로 가해국을 겨냥해 보복을 감행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 국방부는 전적으로 "공격 하 발사(launch-under-attack)" 정책에 의존하지는 않지만, 핵 공격이 도달하기 전에 핵무기를 준비하거나 발사할 수 있는 선택지를 유지하고 있다고 명확히 밝히고 있다. 단지 옵션의 형태로 존재한다 하더라도, 이 규정은 여전히 치열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제이콥슨의 『24분』은 핵전쟁이 왜 일어나는가보다, 실제로 핵전쟁이 어떻게 전개될지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그녀는 시나리오의 현실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전문가들을 인터뷰하며, 어느 국가 또는 지도자가 최초로 핵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그 가능성을 탐색하였다.
이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답변은 리처드 가윈(Richard Garwin)의 것이었다. 수소폭탄 개발에 기여한 물리학자인 그는, 핵폭탄이 있어야만 기폭이 가능한 수소폭탄의 엄청난 파괴력을 회고하며 그 위험성을 되새겼다.
그는 아이젠하워 대통령 이래 모든 미국 대통령에게 핵무기 관련 자문을 해온 핵과학계의 거물이다. 제이콥슨이 가장 현실적인 핵전쟁 시나리오가 무엇인지 묻자, 그는 소름 끼치는 답변을 내놓았다. “광기의 왕(The Mad King)”이라고.
전 세계 지도자들이 핵파괴보다는 자신의 유산을 더 중요시하리라고 믿고 싶지만, 현실은 훨씬 복잡하다. 심리적·이념적 차원에서 자기보존 본능과 전 세계를 파괴할 수 있는 역량은 공존할 수 있으며, 이는 매우 불안한 역설을 낳는다.
아돌프 히틀러는 “우리가 파괴된다면, 세상도 우리와 함께 불길 속에 끌고 가겠다”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그는 실제로 세계를 파괴할 수 있는 수단은 없었지만, 오늘날의 지도자들은 그 수단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사용할 의지가 있는지를 둘러싼 우려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제이콥슨은 가윈이 언급한 ‘광기의 왕’을 북한의 김정은으로 지목한다. 그녀는 그의 예측 불가능한 리더십이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일단 핵전쟁이 시작되면 기존의 모든 규칙은 무의미해진다는 냉혹한 현실을 강조한다.
핵실험은 이웃 국가들에 사전 통보하는 등의 규칙이 존재하는데, 이는 발사를 공격으로 오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중요하다. 실제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했을 당시 미국과 러시아는 갈등 고조를 막기 위해 예정되어 있던 핵실험을 연기한 바 있다.
그러나 『24분』을 집필한 18개월 동안, 북한은 사전 통보 없이 100발 이상의 미사일을 발사했다. 이는 국제적 핵 실험 규범을 정면으로 위반한 행위로, 제이콥슨은 이러한 불가측성을 진정한 "광기의 왕" 행동이라고 묘사한다.
그녀는 책에서 묘사한 암울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핵전쟁은 여전히 막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 희망의 실마리는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행보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레이건의 핵 정책 전환'이라는 개념에 주목한다. 강경한 핵무기 지지자였던 레이건은 1983년 미국과 소련 간의 핵전쟁 이후를 다룬 TV 영화『그 날 이후(The Day After)』를 시청한 뒤 깊은 충격을 받았고, 그의 핵무기에 대한 시각은 극적으로 변화했다.
당시 백악관 참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레이건은 이 영화를 끝까지 시청했고, 자신의 일기장에 "심각한 우울감"을 느꼈다고 기록했다. 그는 이 절망감을 행동으로 바꾸어, 소련의 고르바초프 서기장에게 손을 내밀었다.
두 정상의 회담은 아주 큰 전환점이 되었고, 1986년 약 6만 기에 달하던 전 세계 핵탄두 수는 오늘날 약 1만 2천 기 수준으로 줄어들게 되었다.
제이콥슨은 또 하나의 “레이건의 핵 정책 전환”이 가능하다고 본다. 그것은 세계적 협력과 핵전쟁의 위험성에 대한 공동 인식을 통해 인류가 현재의 파멸적 경로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이는 모두를 위한 보다 안전한 미래로 나아가는 희망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출처: (The Guardian) (Big Think) (Arms Control Associ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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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울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역사는 희망을 잃지 말아야 할 이유를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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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콥슨의 소름 끼치는 시나리오를 통해 오늘날의 핵 위험과 우리를 구할 수 있는 선택에 어떻게 직면하게 되는지, 그 과정을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