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비상 번호 시스템이 런던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여든이 넘도록 정신이 또렷한 사람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반면, 훨씬 이른 나이에 기억력이나 사고력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다. 과연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오랫동안 그 답은 단순한 운, 생활 습관, 혹은 운명이라는 막연한 요소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과학자들은 이 미스터리의 실체를 조금씩 밝혀내고 있다. 그 해답 중 일부는 바로 ‘유전자’에 있었다.
최대 규모의 연구 중 하나에서, 연구진은 뇌가 얼마나 빠르게 혹은 천천히 노화하는지를 결정짓는 64개의 특정 유전자를 발견했다. 이는 단순한 과학적 발견이 아니라, 왜 어떤 사람은 실제 나이보다 뇌가 10년쯤 더 늙은 것처럼 느껴지는지를 설명해 주는 열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유전 정보를 알면 뇌 건강을 지키는 데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언젠가는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기 전부터 뇌 노화를 예방하는 시대가 올 수 있을까? 지금부터, 뇌 노화의 숨겨진 생물학적 비밀과 그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를 과학의 최전선을 함께 들여다보자.
수십 년간 인류는 인간 두뇌의 복잡한 작동 원리를 이해하고자 끊임없이 뇌 지도를 그려 왔지만, 이는 매우 어려운 과제로 남아 있다. 많은 사람들이 뇌 발달은 어린 시절에 멈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뇌는 평생 동안 계속해서 적응하고, 회로를 재구성하며, 새로운 연결을 형성한다.
신체 질량의 약 2%에 불과한 뇌는 에너지의 20% 이상을 소비하며, 감정 조절, 기억력, 신체 조정, 사고 활동 등을 담당하며 수면 중에도 끊임없이 작동한다. 그렇기 때문에 올바른 영양 섭취와 충분한 휴식이 매우 중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뇌는 점차 크기가 줄어드는데, 특히 기억력과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부위에서 더 많이 수축된다. 이는 반드시 질병으로 이어지진 않지만, 사고 속도를 늦추고 학습 능력과 기억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변화에 유전자는 어떤 영향을 줄까?
최근 과학자들은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뇌 스캔 이미지를 분석하고 뇌가 얼마나 빠르게 노화되는지를 측정했다. 이들은 ‘뇌 연령(brain age)’이라는 지표를 만들어, 실제 나이에 비해 뇌가 더 늙어 보이는지, 혹은 더 젊어 보이는지를 구조적 변화에 따라 판별했다.
연구 결과, 뇌가 빠르게 노화되는 사람들은 지능 지수가 낮은 경향을 보였으며, 기억력과 사고력도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뇌의 노화를 늦추는 것이 더 오랫동안 예리한 인지 기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기술 발전 덕분에 과학자들은 이제 뇌의 노화에 영향을 미치는 64개의 주요 유전자를 정확히 파악하게 되었다. 이는 의학계는 물론, 개인 건강 관리 방식에도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발견이다.
이 64개 유전자는 면역 반응, 혈류, 세포 사멸, 뇌 구조 등 다양한 방식으로 뇌 노화에 관여한다. 노화는 단일 요인이 아닌, 여러 유전적 과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결과이다.
특히 많은 유전자는 면역 반응과 관련되어 있다. 면역 유전자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만성 염증이 발생해 뇌세포에 서서히 손상을 준다. 이러한 염증을 억제하면 뇌의 노화를 늦추고 건강한 상태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
또한 일부 유전자는 뇌혈관 건강을 좌우한다. 튼튼한 혈관과 원활한 혈류는 뇌를 젊게 유지하는 핵심 요소이며, 반대로 혈관 건강이 좋지 않으면 인지 저하가 가속화될 수 있다.
세포자살, 세포자멸사, 또는 아폽토시스라고 불리는 세포 사멸을 유발하는 유전자도 노화 속도에 영향을 준다. 이 유전자들이 지나치게 활성화되면 뉴런이 더 빨리 죽으며 뇌가 수축된다. 이런 불필요한 세포 죽음을 억제하면 뇌 조직의 노화를 늦출 수 있다.
뇌의 구조적 지지대를 유지하는 유전자들도 중요하다. 이 유전자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뇌세포들이 스스로를 지탱할 수 없어 기능이 저하된다. 이러한 ‘뇌의 골격’을 강화하면 기능 보존에 도움이 된다.
놀랍게도 알츠하이머 같은 질병과 관련된 유전자들은 일반적인 뇌 노화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질병과 노화는 유전적으로 서로 다른 경로를 통해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한 어떤 유전자는 뇌를 젊게 유지하는 데 기여하고, 어떤 유전자는 노화를 촉진한다. 이 상반된 유전자들의 작용을 이해함으로써 과학자들은 ‘젊음을 유지하는 유전자’는 활성화하고 ‘노화를 촉진하는 유전자’는 억제하는 치료법 개발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뇌 노화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핵심 유전자 7개가 특히 주목받고 있다. 이 유전자들은 뇌가 얼마나 빨리 혹은 느리게 노화되는지를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미래 뇌 건강 연구의 중심에 놓이게 될 것이다.
그중 하나인 MAPT 유전자는 치매와 관련된 유전자로 잘 알려져 있으며, 뇌 노화도 가속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MAPT 유전자가 과활성화되면 세포 손상과 기억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이를 조절하는 것이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 같은 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TNFSF12 유전자는 뇌 노화를 늦추는 데 도움을 주는 유전자이다. 이 유전자는 건강한 뇌혈관 유지와 염증 조절에 기여하여 뇌 구조를 젊게 유지한다. TNFSF12의 활성도를 높이면 장기적으로 뇌 건강을 보존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반면, GNLY 유전자는 면역 단백질인 그라뉼리신(granulysin)을 조절하며, 염증을 증가시켜 뇌를 더 빠르게 노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GNLY가 과활성화되면 건강한 뇌세포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
놀랍게도, 또 다른 면역 유전자 GZMB (granzyme B)는 뇌를 젊게 유지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유전자는 손상되었거나 노화된 세포를 제거해 뇌를 정화하는 역할을 하며, 활동이 증가하면 뇌 노화 방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SIRPB1 유전자 역시 뇌를 젊게 유지하는 데 중요한 유전자이며, 장수하는 노인들에게서 자주 발견된다. 이 유전자는 과도한 염증을 억제하며 면역 반응을 조절한다. SIRPB1을 강화하면 건강한 고령자에서 보이는 느린 뇌 노화 패턴을 재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NMB 유전자는 식욕 조절과 비만 위험에 영향을 주며, 이로 인해 뇌 노화 속도에도 영향을 미친다. NMB가 과활성화되면 체중 증가와 함께 더 빠른 노화를 유발할 수 있으며, 이를 조절하면 대사 건강을 개선하고 비만 관련 뇌 기능 저하를 예방할 수 있다.
C1RL 유전자는 면역계의 보체계 활동을 증가시켜 염증과 뇌세포 손상을 유발함으로써 뇌 노화를 가속화시킨다. 이 유전자를 제어하면 뇌 손상을 줄이고 인지 저하를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또한, 뇌 노화에 관여하는 많은 유전자는 심혈관 건강, 혈압, 대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뇌에 해로운 유전자는 종종 심장에도 해롭고, 반대로 심장 건강을 개선하면 뇌 노화도 함께 지연될 수 있다.
비만, 콜레스테롤 수치, 흡연 습관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들도 뇌 노화와 관련이 있다. 유전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생활습관에 취약한 사람은 더 빠른 뇌 노화를 경험할 수 있다.
유전자 외에도 만성 스트레스와 수면 부족은 장기적으로 뇌 기능을 약화시킨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뇌의 핵심 영역을 수축시키고, 수면 부족은 기억력과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일상 습관이 뇌 건강 유지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반대로 신체 활동은 뇌로 가는 혈류를 증가시키고 새로운 뉴런 생성을 촉진한다. 운동은 단지 신체 건강을 위한 것이 아니라, 기분, 기억력, 정신적 명료성 향상에도 도움이 된다. 가벼운 일상 운동만으로도 장기적인 뇌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번에 확인된 64개의 뇌 노화 관련 유전자는 당뇨, 뇌졸중, 비만과 같은 다양한 만성질환과도 관련이 있다. 뇌를 빠르게 노화시키는 유전자들은 종종 다른 건강 문제도 유발하는 경향이 있다.
과학자들은 이 유전자들을 겨냥할 수 있는 기존 약물 중 13종을 확인했으며, 라파마이신(Rapamycin)과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도 포함되었다.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지만, 이러한 약물들이 인지 기능 보존에 대한 희망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유전자 발견은 미래에 뇌를 젊게 유지하기 위한 치료법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 특정 질병을 기다리는 대신, 뇌의 노화 과정을 조기에 조절함으로써 건강한 성인의 인지 능력을 오래도록 유지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는 개인의 유전적 뇌 노화 위험을 식별하는 유전자 검사가 가능해질 수 있다. 이를 통해 의사들은 각 개인의 유전자 특성에 맞는 예방 계획, 약물 처방, 생활습관 권고안을 맞춤형으로 제공함으로써, 더욱 정밀하고 효과적인 뇌 건강 관리가 가능해질 것이다.
이번 연구는 유전자가 뇌 노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획기적으로 진전시킨다. 과학자들이 뇌와 관련된 특정 유전자를 명확히 밝혀냄으로써, 인간의 생물학적 운명을 바꾸고 평생 동안 더 건강한 뇌를 유지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출처: (Nature) (Bioethics)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ational Library of Medicine)
뇌 노화 속도, 64개 유전자 손에 달렸다!
어떤 이의 뇌는 예리함을 오래 유지하는 반면, 어떤 뇌는 일찍 퇴화하는데... 그 차이는?
건강 유전학
여든이 넘도록 정신이 또렷한 사람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반면, 훨씬 이른 나이에 기억력이나 사고력에 어려움을 겪기 시작하는 사람들도 있다. 과연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오랫동안 그 답은 단순한 운, 생활 습관, 혹은 운명이라는 막연한 요소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과학자들은 이 미스터리의 실체를 조금씩 밝혀내고 있다. 그 해답 중 일부는 바로 ‘유전자’에 있었다.
최대 규모의 연구 중 하나에서, 연구진은 뇌가 얼마나 빠르게 혹은 천천히 노화하는지를 결정짓는 64개의 특정 유전자를 발견했다. 이는 단순한 과학적 발견이 아니라, 왜 어떤 사람은 실제 나이보다 뇌가 10년쯤 더 늙은 것처럼 느껴지는지를 설명해 주는 열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유전 정보를 알면 뇌 건강을 지키는 데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언젠가는 아무런 증상이 나타나기 전부터 뇌 노화를 예방하는 시대가 올 수 있을까? 지금부터, 뇌 노화의 숨겨진 생물학적 비밀과 그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될지도 모를 과학의 최전선을 함께 들여다보자.